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만약 작년에 4%밖에 성장이 안되었다면 내년쯤에 6% 성장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는 거란 말이에요. 경기부양이라는 것은 거시경제 정책을 운용하는 정책 당국의 인위적인 노력을 의미합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후보자: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거나 지나치게 확장적으로 경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바랍직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정책 방향은 잠재성장률 경로를 따랄가는 한에 있어서는 인위적인 부양을 하지 않는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장: 지금 체감경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경로에 벗어나느 ㄴ쪽으로 일단 경기가 들어가게 하면 그 다음단계에는 분명히 잠재 성장률 아래쪽으로 반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성장률 경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부양을 둘러싼 입장차는 얼마 뒤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다시 불꽃을 튀었다. 같은 달 29일 강의장은 "건설경기는 정부정책에 의해 강온조절이 가능한 유일한 뷴야다. 건설 분야를 단기적 경기관리 수단과 영역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 전반을 살리기 위해 '건설경기부양' 카드를 과감히 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하루 전날 같은 자리에서 권 부총리는 "인위적 건설경기부양은 바랍직하지 않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재정을 투입해 건설경기를 띄우던 시절은 지났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경기부양에 대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한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어느 수준으로 보느냐에 딸려있다. 만약 잠재성장률이 낮은데도 이를 초과해 경기를 부양한다면(인플레이션 갭) 경기과열, 물가상승등이 일어나나다. 반면 잠재성장률이 높은데도 실질 성장률이 여기에 못 미친다면(디플레이션 갭) 경기침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거시 경제에 대한 시각차 외에 정치적 입지도 경기부양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이유이다. 여론에 민감한 여당으로서는 체감경기와 일자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반면, 경재의 안정적 운용을 중시하는 정부는 경기부양에 신중할 수 밖에없다.
그러나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기부양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당장의 약박은 좋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갉아먹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재정확대, 규제완화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은 투기심리를 자극해 큰 낭패를 초래 할 수 있다.
참여정부도 딱한번 경기부양의 유혹에 흔들린 적이 있다. 그 결과 투기의 부활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된다.
2004년 6월 18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성수기인데도 선설, 제조, 서비스업은 물론 농업 부문에서도 고용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잇다." 고 포문을 연뒤, 며칠 후 정례브리핑에서 "건설수요는 올 4분기부터 내년에 걸쳐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며, 선설투자의 급감을 막는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당시는 2003년 10.;29대책으로 건설경기를 중심으로 내수가 위축 되면서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창 힘을 얻고 있을때였다.
건설경기 회복을 돌파구로 정한 이 부총리는 다음달 1일 사회간접자본등 건설투자를 확대하고, 주택건설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경기연착률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8월에는 전국에 골프장 250개를 지어 일자리를 만든다는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들고 나온다.
때마침 한국은행도ㅓ 당시 3.75%인 콜금리 목푯치를 13개월 만에 3.5%로 낮춘다. 당시 방승 한은총재는 "예상치 못한 고유가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데다 내수는 더디게 회복되는 반면 수출,건설경기가 너무 빠르게 식고 있다. 금리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경기를 살리는게 더 급하다"라고 인하배경을 설명했다. 이소식을 전해들은 이부총리는 "오히려 만시지탄으 ㅣ감이있디"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은의 콜금리 인하가 결정된던 바로 그날, 당시 재경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때 쓰는 정책은 상승할때의 정책과 같은 수 없다"며 종합부동산세등 부동산 세제의 완화를 시사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정부와 여당안에서 종부세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당시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등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나섰지만, 2004년 말 입법 과정에서 종부세 과세대상은 원래 생각했던 공시가격 6억원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완화되고, 가구별 합산도 개인별 합산으로 크게 후퇴한다. 시민단체는 종합부동산세가 '종합구멍세'가 되어 버렸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잇단 건설경기 부양책, 종부세 후퇴는 시장에서 정책 후퇴로 받아들여졌다. 2003년 10.29대책이후 1년 넘게 잠잠했던 집값은 2005년 들어 판교신도시 분양, 강남 압구정동 초고층 재건축 추진등 휘발성 강한 재료와 겹치면서 다시 오리기 시작했고, 정부는 2005년 8.31정책을 통해 후퇴시켰던 종부세 등을 원상복귀시켜야 했다.
종부세의 후퇴와 원상복귀 과정은 원칙의 후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특히 투기심리가 팽배한 부동산 시장에서는 작은 후퇴의 신호하나도 돌이킬수없는 결과를 초래힌다. 그런의미에서 투기꾼들이야말로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는 믿음의 수호자이자 기다림의 달인이다. 이들은 아무리 혹독한 투기 근절책이 나와도 언젠가는 풀린다는 사실을 오랜경험을 통해 알고이싿. 이들의 소위 '학습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경기부양의 요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