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하기

부동산은 심리다.

올라석이! 2022. 5. 16. 08:35

왜곡된 정보로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부추기면 시장이 동요하게 된다. 이런 불안은 결국 가수요와 투기심리를 낳는다.

2006년 하반기의 조바심 수요에 의한 집값 급등 현상은 부 도산시장의 심리적 요인을 잘 보여준다.

같은 해 신혼부부 수요와 이사 철이 겹치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자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8월 판교 2차 분양에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1800만원대로 책정한 데 이어 9월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2배에 가까운 최고 1500만원대로 정하면서 고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공분양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파주 운정 신도시에는 한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매매가의 2배에 이르는 평당 1460만원으로 책정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이 업체는 분양가를 평당 평균 1297만원으로 내렸으나 오히려 고분양가의 폭리 주장이 근거 있음을 방증한 셈이었다.

당시 건교부는 이례적으로 내년에 파주지역에서 나오는 중대형은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가 적용되어 저렴하게 나오니 해당 아파트 청약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아파트청약은 4대 1이 넘는 경쟁률로 전 평형이 1순위 마감되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가격상승 기대감이 그래도 드러난 사례였다.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 상승의 여파로 그동안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불안감 속에 추격매수에 나서자 오름세는 수도권 전역과 중소형 평형으로까지 확산하였다. 언론은 자고 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호가가 뛰는 아파트값을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보도했다.

이처럼 주택에 대한 조바심 수요를 유발한 고분양가는 주택이 들어서는 땅의 가격, 즉 택지비가 비싼 것이 큰 요인이다. 민간택지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한 공공택지에 지은 아파트조차 고분양가 논란이 매번 되풀이되는 등 주택시장이 철저히 시장 메커니즘으로만 움직인다는 인식은 투기심리를 부추겼다. 토지 공사, 주택 공사로 지자체의 공영개발 기관조차도 시장원리에 따라 택지매각 비용을 받겠다며 노골적으로 땅장사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고, 이는 곧 저돌적인 투기심리의 배경이 되었다.

2005년 서울시는 뚝섬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상업용지를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인 1조원이 넘는 돈을 받고 팔았다. 당시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한 서울시는 당초 참여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되었다며 돌연 매각을 취소했다가 4개월 뒤인 2005년 6월 감정가를 40%나 올린 채 다시 공매에 나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특히 당시 4구역의 땅을 평당 7732만원이라는 사상 최고가에 낙찰받은 한 업체는 두차례나 연장한 잔금 납부 기한을 넘기면서 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았을 정도다. 땅값이 7000만원대면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 일각에서는 뚝섬 땅을 비싸게 팔아 서울시 빚을 줄인 유능한 서울시장인지는 몰라도 국가 전체로는 아파트값 폭등을 부채질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밖에도 토지 보상비용의 급격한 증가와 도로, 전력 등 수조 원 규모의 간선시설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는 현상 저밀도 친환경 개발을 표방해 용적률을 낮추는 방향의 개발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아파트 분양가에서 20~30%에 불과하던 택지 비중이 지금은 대부분 절반을 웃돌고 있다. 논란을 빚은 은평뉴타운의 택지비 비중은 분양가의 57%였으며 역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판교신도시 44평형은 평당 분양가 대비 토지비용이 70%에 달했다. 이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주택조차 철저히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을 심어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실수요자들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과도한 택지비 부담이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적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정부는 2006년 7월부터 택지공급 가격 기준을 기존의 감정가에서 토지조성 원가의 90~110%로 바꿨다.



부동산은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이 일어나기 쉬워 투기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아파트는 다른 재화에 비해 살 사람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처럼 선분양제가 일반화되어 있고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경우에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더욱 심해져 수요자들은 구조적으로 고분양가 등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기에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인터넷에 제공하는 매물과 시세정보는 높은 가격을 원하는 매도자 호가 위주의 시황을 부추겨 부동산 가격을 왜곡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혼란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불안한 가격 메커니즘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시세 조작도 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 결국 여기서 피해의식이 깔린 투기심리도 생겨났다.

부동산 가격은 호가라도 일단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 값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들은 투기를 장기화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이 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택지 비율은 매우 낮아 부동산 가치의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2007년 1·11대책을 기점으로 아파트 가격이 뚜렷하게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하락 폭이 상승기 깨문 만큼 크지 않은 것은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

부동산은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또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주택 크기나 질에 있어 기존의 주택보급률만으로는 측정하기 힘든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수요를 공급이 즉각 뒷받침할 수 없다는 점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 되었다.

부동산은 이처럼 시장실패가 쉬운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상품이다. 결국 시장실패로 인한 공급부족이나 가격 왜곡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게 된다.